[경일춘추]독서의 즐거움

김성남 성심정공대표

2021-02-25     경남일보

 

나는 큰 배낭을 메고 다닌다. 그 속에는 항상 책을 한 권 넣고 다닌다. 가방에 책이 들어 있으면 책의 무게만큼 내 마음이 든든하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책을 구매하기가 어려웠다. 초등학교 때 볼 수 있는 책이라곤 학급 문고에 비치되어있는 빛바랜 책이 전부였다. 방과 후 고전 읽기 시간이 처음 생기면서 새로운 책들을 접할 수 있었다. 고전 읽기를 하면서 책이 점점 재미있어지기 시작하였다.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학교 도서관에서 한국 단편 문학을 주로 읽었다. 그 이후로도 많은 양은 아니지만, 독서의 끈은 놓지 않았다. 그러다가 가장 재밌게 책을 읽은 시기는 아이들을 키울 때이다. 이솝 어린이 전문 서점에서 1주에 한 번씩 모여 육아에 관한 책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권의 책을 정하여 다 같이 읽고 토론하고 배운 육아법을 우리 아이들에게 접목해 보고 아이들의 반응과 자신이 느낀 점 등을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아이들을 키우며 바쁜 나날이었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공부라 힘든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공부하였다. 공부에 참여하기 위해 정해진 분량의 책을 읽고 필요한 준비를 해갔다. ‘마주 이야기’라는 시간도 있었는데 이는 아이들과 일상생활의 대화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하곤 하였는데, 지금 아이들 어릴 때 적어 두었던 마주 이야기를 읽어보면 아이의 기발함에 웃음이 난다.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올 때면 아이들이 고른 책 한두 권을 사서 행복한 표정으로 돌아오곤 했다. 지금도 서점에 가면 어린이 책 판매대를 둘러본다. 옛날 아이들이 좋아했던 책을 발견하면 책의 표지를 찍어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보내면 “그 책 아직도 있어?” 하면서 반가워한다. 책이 아이들과 함께한 추억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지난주에 남편의 지인분과 만날 일이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 책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소설은 ‘어떤 분의 소설을 좋아한다’, ‘이런 고전이 좋았다’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했다. 처음 보는 분들이었는데 친한 친구같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그분이 말씀하신 ‘책 몇 권을 사놓으면 쌀을 팔아 놓은 것 같이 푸근하다’는 말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요즘 코로나로 주말에도 집에 있는 날이 많아졌다. 밀린 집안 일을 다 해놓고 따뜻한 창가에서 커피 한 잔과 책을 읽고 있으면 일주일의 피로가 확 날아간다.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