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봄비는 내리는데

2021-03-01     경남일보
‘그 겨울은 가고 또 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솔베이그의 노래). 연인의 귀향을 애타게 기다리는 여인의 한을 풀어주듯 봄은 우리곁에 성큼 다가왔다. 때마침 봄비가 내려 대지를 촉촉히 적시고 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의 끝자락이다.

▶계절의 봄은 왔는데 대학가의 봄은 여전히 얼어붙었다. 신학기이지만 모자라는 정원을 채우기 위해 선물꾸러미를 들고 전국의 고교를 돌며 학생구걸(?)에 나선 것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들어든 탓이다. 우리지역의 전통있는 대학들도 예외가 아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출생이 사망을 따르지 못해 3만3000여명의 인구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면 단위 도시 10곳이 사라진 셈이다. 인구 축소시대 원년이다. 가임기간 출산율이 0.84명으로 세계 최하위이니 그럴만 하다. 이대로라면 2100년 우리나라 인구는 반토막이 날 것이라 한다.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도 인구감소는 개선되지 않으니 그같은 현상을 현실로 받아들여 국가재편에 나서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아마도 그 선두가 대학이 될 성 싶다. 농촌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로 외국인 노동자 마저 귀해 봄농사가 암담하다. 재 넘어 사래 긴 밭 갈아야 할 엄두가 안나 도시로 떠난 은퇴를 앞둔 자식들의 귀향을 기대하는 수 밖에. 아니면 유야무야된 농촌일손돕기 캠페인을 다시 소환해야 할 판이다. 봄비는 오는데, 일 할 사람은 없고 시름이 깊다. 그래도 또 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 그렇게 봄날은 갈 것이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