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미나리

한중기 (논설위원)

2021-03-03     경남일보
미나리가 딱 제철이다. 향긋하고 아삭한 미나리는 봄 내음 물씬 풍기는 요즘 가장 맛있다. 연중 나지만 모진 추위를 이겨낸 봄 미나리가 최고다. 깊은 맛에 뛰어난 영양가로 한국인의 입맛을 오래도록 사로잡고 있다. 해산물, 육류 할 것 없이 궁합이 잘 맞아 다양한 요리에 등장하는 향이 강한 채소 중 으뜸이다.

▶자굴산 자락 의령군 가례면 미나리 밭에서는 이맘때면 미나리 수확이 한창이다. 작년 11월 파종한 미나리가 싱싱하게 자라 온통 초록빛이다. 미나리꽝이 아닌 밭 미나리다. 밤에 물을 대고 아침에 빼내는 방식으로 재배해 기생충과 거머리가 없는 전국 유일의 청정 밭 미나리로 명성이 높다.

▶영화 ‘미나리’ 열풍이 뜨겁다.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것을 포함해 전 세계 각종 시상식에서 무려 75관왕을 휩쓸었다. 오는 15일 오스카 최종 후보 지명과 4월 25일 시상식에서도 지난해 ‘기생충’의 기세를 이어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인종차별에 갇힌 골든글로브의 고루한 결정을 아카데미에서 반전시키는 결과를 기대해 본다.

▶미나리는 영화에서처럼 어디서든 뿌리를 내려 고유의 제 맛을 내는 식물이다. 진흙 속에서도 때 묻지 않고, 음지서도 잘 자라며, 가뭄에도 푸름을 유지하고, 얼음 섞인 칼바람도 이겨내는 것이 우리 민족과 닮은 것 같다. 영화 ‘미나리’를 계기로 세계 곳곳에 나가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제도 다시 한 번 인식했으면 좋겠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