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대통령의 역린(逆鱗)

변옥윤 (논설위원)

2021-03-08     경남일보
대통령은 우리나라 통치의 최고 수장을 칭하는 명칭이다. 통치의 정상이라는 의미로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선호했다는 설이 있고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미국은 의장이라는 의미의 프레지던트(President)라 부른다. 영국의 귀족이나 의원의 호칭 앞에 디어((Dear)를 붙이는 것과는 달리 미스터(Mr)를 붙이는 것도 다르다. 철저하게 권위의식을 배제한 배려이다.

▶대통령은 권위의 표상이 아니라 조정과 결정의 책임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친근감의 표시이고 독재와 전제주의를 배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존재이다. 폐하나 각하라는 존칭보다는 Mr이 더 와닿는 이유다.

▶동양에선 최고 통치자를 가상의 동물 용(龍)에 비유하며 신성시 했다. 용의 목에는 꺼꾸로 선 비늘이 있어 이를 건드리는 것을 금기시 했다. 소위 말하는 아킬레스근이다. 춘추전국시대의 한비자는 ‘군주의 역린을 건드릴 때는 그 화법이 온건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군주는 ‘선택할 때와 내칠 때의 관점이 달라진다’고도 했다. 이런 관점으로 그도 선택받고 내침도 당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 대통령은 군주가 아니다. 하여 역린도 성역없이 지적하며 잘못을 따져야 한다. 각하, 폐하, Dear가 아닌 Mr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의 역린은 공정, 평등, 정의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가치가 무너지면 민주주의는 의미를 잃는다. 역린은 건드려야 한다는 역설이 한비자의 메시지가 아닐까.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