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시절]아직도 쓰는 일본식 농사용어

2021-03-09     김지원

 

30년전, 1990년 3월 10일자 경남일보 4면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농사 용어 너무 어렵다’는 제목의 이 기사는 농민들에게 홍보하는 책자에 사용되는 농사 용어가 너무 낯설어 농민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예로 든 용어들은 ‘경심(깊이갈이)’ ‘작형(가꿈꼴)’ ‘도복(쓰러짐)’ ‘상토(모판흙)’ ‘경수(줄기수)’ 같은 일본식 한자 용어이다. 그나마 이런 용어들은 자주 듣기라도 하니 익숙하단다.

‘휴반(두렁)’ ‘맹아(쌀)’ ‘구비(외양간두엄)’ ‘간벌(속아베기)’ ‘예취(베기)’ 같은 단어들은 더욱 생소하다는 건데… 익숙치 않다고 예로 든 단어들조차 요즘도 흔히 쓰인다. 예취라는 단어는 아예 벌초도우미 ‘예취기’라는 상품까지 인기를 누렸다. 벌써 30년전에 나온 기사인데 참 안 고쳐지는 일본식 한자어 용어들이다.

사회 전반에서 한글사용을 권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이 속속 발굴·개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땅 우리 먹거리의 신토불이를 외치면서도 안고쳐지는 농사용어 이제 좀 쉽게 풀어쓸 때도 되지 않았나.

 

김지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