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검소하지만 내실 있는 ‘스몰웨딩’

김동석(직업상담사)

2021-03-11     경남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는 50명 이상 결혼식 모임이 불가능해지면서 작은 결혼식 ‘스몰웨딩’이 관심을 받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스몰웨딩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동안 한국식 체면 문화, 부모 세대와의 견해 차이 등의 이유로 스몰웨딩을 과감하게 감행할 수 없었다면, 코로나19가 좋은 구실이 된 셈이다.

결혼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평생의 반려자가 되겠노라고 약속하는 일생일대의 신성한 의례다.

결혼이야말로 인생에서 중요하고 기쁜 순간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뜻 깊은 의식이 허례로 찌든 사회 병폐가 된 것이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결혼이 주위의 체면이나 자기과시, 위세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과도한 결혼비용 지출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허례허식 문화로 자리 잡았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혼수품 마련이나 예단·예물, 신혼집 구입, 결혼식장 비용 등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하기 벅찬 경우가 대다수였다.

한 통계에 따르면 신혼부부가 결혼할 때 주택비를 포함해 평균 2억3천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비용이 겁나서 결혼 자체를 엄두도 내지 못하거나, 비용 마련이 힘들어 미루고 있는 청년이 부지기수라니 안타까운 일 아닌가.

불요불급한 결혼비용을 줄이고 자기의 분수에 맞게 합리적으로 결혼비용을 설계해 새 가정을 꾸리는 사회 풍조가 하루속히 뿌리내려야 한다.

고비용의 결혼문화를 청산하려면 체면치레와 물질만능주의에 편승한 기존의 혼례문화를 간소화하려는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가까운 분만 모시고 예물과 예단보다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결혼의 주인공 신랑?신부가 함께 준비해 치르는 의미 있는 결혼식은 두 사람의 가슴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검소하지만 내실 있게 치르는 스몰웨딩이 더 아름답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작은 결혼식 ‘스몰웨딩’ 트렌드가 우리 사회에 완전히 정착되기를 바란다.

김동석(직업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