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후 준비

김성남 (성심정공대표)

2021-03-11     경남일보

우리 시대는 100살까지 산다. 아니 어쩌면 120살까지도 산다고 말한다. 그래서 노후를 위한 돈은 천문학적인 숫자를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가 다시 잊고 평소처럼 살아간다.

얼마 전 나도 노후준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일이 있었다. 나의 엄마는 시골에 사시며 평생 농사일을 하셨다. 지금 85세인데 2~3년 전까지만 해도 비닐하우스에 나가 일을 하셨다. 하우스에 나가 일을 하시면 시간도 잘 가고 밥맛도 좋고 돈도 벌 수 있어 보람 있다고 하셨다. 자식들이 건강이 걱정되어 일을 못 하게 하면 몰래 일하러 가셨다. 그러다 무릎이 아파 일을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몸은 아프고 유일한 취미이자 삶의 전부인 일을 할 수 없으니 무척 갑갑하고 힘들어하면서 우울증이 올 것 같다고 하소연하셨다. 게다가 코로나로 경로당에도 갈 수 없어 하루하루가 지겹다고 하셨다. 가까이 사는 언니나 동생, 내가 자주 찾아가 보지만 그것으로는 엄마의 갑갑한 마음을 달랠 수가 없었다.

지난번 엄마의 생신날 시골에 모여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각자 집으로 돌아갈 때, 엄마는 아픈 다리를 쭉 펴놓고 앉아 엉엉 우셨다. 모든 일에 강단 있고 오직 자식들을 위해 사신 분이라 딸들에게 ‘장군’이라는 별명을 갖고 계신 엄마가 얼마나 힘드셨으면 하는 마음에 마음도 무척 무겁고, 엄마의 고통을 해결해 드릴 수 없어 안타까웠다.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노후준비는 돈도 있어야 하지만 좋은 취미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TV에서 할머니들이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그분들의 토론은 특별한 것은 아니라 자신이 읽은 책 부분에서 감동한 글귀를 줄을 그어 와서 읽어 주는 것이다. 아! 나도 독서 모임을 하자. 혼자 하는 독서도 좋지만,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다.

친구들과 수다도 좋지만, 짬을 내어 독서토론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겠구나. ‘노인이란 변하지 않는 것 몸도 마음도 굳어 가는 것’이라 했는데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꾸준히 공부하면 노랫말처럼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 가겠지! 이런 취미를 같고 노후를 좀 더 행복하게 보내려면 건강이 최우선 따라야 하니까 나는 돋아나기 시작한 쑥이 있는 비봉산을 오른다.

김성남/성심정공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