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LH 투기’와 수사

정재모 (논설위원)

2021-03-11     경남일보
농단(壟斷)은 깎아 세운 듯이 높이 솟은 언덕이다. 맹자는 이 어휘를 재물이나 이익의 독점이란 뜻으로 썼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교활한 자가 있어 시장통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높은 언덕에 혼자 올라 시장 상황을 살핌으로써 이익을 독차지했다. 하여 농단은 제 이익을 위해 간교한 수단으로 어떤 일을 좌지우지하는 걸 이른다.’

▶우리에게 농단은 으스스한 낱말이다. ‘국정 농단’은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명분이 되는 어마무시한 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람들과 공무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에 땅을 무더기로 사놓아 지금 나라가 온통 난리다. 투기라고들 하지만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위치의 사람들인지라 아마 ‘농단’일 거다. 신도시 조성이 국가사업이매 일러 국정 농단인 셈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몽땅 물려받다시피 한 경찰이 이 사건 수사에 나섰다. 첫 수사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배제돼 구경만 할 신세가 됐다. 신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일전 본격 수사에 나서 진주 소재 LH본사와 해당 직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폭로 나온 지 1주일이나 지난 늑장 수색이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경찰의 수사 성과에 회의를 애써 감추지 않는다.

▶경찰의 의지는 죄인들을 일망타진할 기세다. 하지만 투망질로 물고기 잡는데서도 보듯 그물을 아무리 잘 편다고 펴도 약삭빠른 물고기는 납작 엎드려 그물을 빠져나간다. 수사에서도 보다 큰 죄인은 미꾸리처럼 법망을 피해나가는 법이다. 경찰은 교활한 농단자를 깡그리 찾아낼까. 국민들은 경찰의 첫 솜씨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