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1] ‘때는 춘삼월’

2021-03-25     경남일보

 

물그림자 어룽어룽

산벚꽃 핀 꽃가지도 흔들흔들

꽃바람 연두치마 일렁일 때

쉿! 우리 먼저 가실까요??

저기 너머너머 무너미 넘어



-진란 시인의 ‘때는 춘삼월’



‘어룽어룽’ ‘흔들흔들’ ‘일렁’이는 것들은 죄다 봄이다. 변덕스러운 봄. 종잡을 수 없는 봄. 팔랑거리는 연두치마 끝의 ‘꽃바람’으로 불어오는 봄. 봄이 피는 것은 짧고 지는 것은 길어서 저 원앙들도 바쁘다. 금실이 좋고 좋지 않고는 나중 일이다. 봄은 막바지이고 강물은 저리 흔들리는데 사랑이 우선 아니면 생명의 값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하여, ‘우리 먼저 가실까요?’ 나는 무水너미逾를 수유 너머가 아니라 문지방 너머로 읽고 싶어진다. 봄이 지상의 만물을 꼬드길 때 초록이 짙어질 것이므로.(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