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비명

이기영 시인

2021-04-04     경남일보
@아이클릭아트

 


땅속으로 뻗었어야 할 뿌리가
흙을 빠져나와 보란 듯이 맹렬하다

온화하면서도 단호하게 아름다운 이미지

백화된 뼈가,
서로가 서로의 흰 정강이뼈를 껴안고

붉다

 


일상에 묻혀 있어야 할 사연들이 난데없이 노출되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누구를 만나게 될 때의 난처함은 이럴 때 없을 때가 있다.
준비되지 않은 조건 속에서 민 낮의 모습을 드러나게 될 때 이목이 더욱 그럴 때가 있다.
그러나 커튼을 치우거나, 혹은 아예 모든 것을 감수하고 차라리 세상에 돋아날 때의 맹렬함은 시선의 저울에 따라 다르다.
더 이상 비밀스럽지 않는 용기의 저 단호함, 영혼이 엉켜있는 뿌리의 치열함은
나름대로의 가치의 이유를 갖는다.
비명이란 각색되지 않은 본능의 소리이지만 기존의 지식이 고착화된 편협일 수도 있다.
맹렬한 것은 장엄할 수도 있다. 그래서 치열함은 붉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