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50) 옳지, 봄/김영진

2021-04-11     경남일보
난생 처음 엄마, 말문 트이고 걸음마를 배울 때

엄마가 장단 맞추는 소리,

박 같은 엄마 젖을 떼고 이유식을 받아먹을 때

아기의 웃음을 맛있게 먹으며 칭찬하는 소리,


옳지,


그 소리에 힘을 받아 두 발로 일어선다.

우주는 아름답고 세상은 불안하지만

기어 다니다가 일어서니 눈높이가 봄의 키다.

봄이란 아기처럼 일어서는 거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우주도 손뼉 치며,


옳지,


 

앞마당에 수선화가 먼저 찾아왔습니다. 다음은 앵두꽃이 피더군요. 생강나무에선 연한 순이 눈을 뜨고 추위를 못 이겨 얼었겠다 싶던 대추나무가 잎을 달기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봄입니다. 지천에 봄기운이 흥성거립니다. 불안한 세상을 포용하면서 첫발을 딛는 아이처럼 계절의 눈높이를 맞추어 일어서는 봄을 봅니다. 부지런한 봄의 활동을 보면서 입 꼬리를 올립니다. 걸음을 막 떼기 시작한 계절에게 기특하다 다독입니다. 긍정의 마음은 이런 것에서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마른 땅을 뚫고 어린잎이 생겨나는 일. 앙상한 가지에 꽃이 피는 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절로 하게 되는 이런 일들을 볼 때 그냥 말하게 됩니다. 옳지, 라고요. 옳지. 무한한 신뢰와 다정함이 깃든 말. 따뜻함과 격려와 배려와 칭찬이 들어있는 참 좋은 말. 말에는 주술적 힘이 있다지요. 말의 힘을 믿으며 참 좋은 말을 건네는 사람이 돼보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