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인생무상, 권력무상

변옥윤 논설위원

2021-04-12     경남일보
노태우 전대통령이 십수년 동안 입을 닫은 채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흡곤란으로 119구급대가 출동한 적도 있다. 신군부 쿠데타의 주역이기도 했지만 그는 체육관 대통령을 거부했고, 민주화의 길을 걸은 역사적 전환점을 마련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근래에는 아들이 대신해 5·18묘지에서 무릎을 꿇기도 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전두환 전 대통령과 나란히 법정에 서기도 했지만 퇴임 이후의 행보는 사뭇 달랐다.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을 내지않아 지탄을 받고 있지만 그는 추징금을 모두 내고 속죄의 길을 걸었다. 말문을 닫은 이후 그의 행보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가끔씩은 그의 업적이 회자되기도 한다.

▶88올림픽의 역사적 개최와 전국민의 의료보험 실시, 북방외교, 정치인에 대한 언론의 자유보장, 국감제도 도입, 범죄와의 전쟁 등은 그의 재임 중에 도입된 것들이다. 경제적 도약과 후진국 탈피의 전환점을 이룬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미수(米壽)를 넘겨 생물학적으로는 천수를 누린 그의 말년이 동정심을 불러 일으킨다. 소뇌위축증이라는 희귀병으로 자유롭지 못하지만 의식은 뚜렷하다고 한다. ‘물태우’, ‘보통사람’ 이라는 비아냥에도 ‘참고 용서하라’는 가훈에서 그의 심경을 읽을 수 있다. 이제는 그에게 채워진 족쇄를 풀고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인생무상을 느낀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