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치매 어르신 지킴이 ‘배회 감지기’ 신청하세요

배진희 진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장

2021-04-12     경남일보
지난달 17일 이른 아침 112로 한 통의 신고가 들어왔다. ‘남편이 치매인데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신고가 이루어진 지 약 30분이 지난 시점, 경찰은 치매 어르신을 차량이 오가는 다리 위에서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

이렇게 뻘라 구조가 가능했던 이유로는 위치 추적기(GPS)가 탑재된 ‘배회 감지기’를 어르신이 착용하고 있었고, 출동한 경찰관이 신고자의 휴대폰으로 치매 어르신의 위치를 발 빠르게 파악해 대처했다는 점이 꼽힌다.

치매 질환으로 인한 실종은 24시간이라는 골든타임 안에 찾지 못할 경우 실종자를 찾을 확률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무엇보다 골든 타임 안에 수색해 구조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진주경찰서는 건강보험관리공단과 연계해 치매 질환으로 요양 등급을 받은 실종 위험이 높은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 배회 감지기를 보급하는 예방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가까운 경찰서 여성청소년과로 신청하면 쉽게 대여 후 사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배회 감지기는 시계처럼 손목에 착용하거나 목에 거는 형태로 신체에 부착하는 기기다.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휴대전화 앱(APP)을 통해 실시간으로 치매 어르신의 위치를 전송함으로써, 치매 환자의 주거지 이탈로 인한 2차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실종 시 GPS를 활용한 효율적 수색을 도모하는 안전지킴이 역할을 한다.

2017년 겨울, 휴대폰도 없이 집을 나선 치매 어르신이 11일간 200여대의 CCTV를 분석하고 경찰 헬기까지 동원하여 수색하였음에도 늦게 발견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했다.

만약 그 어르신이 배회 감지기만 착용하고 있었다면 ‘지금도 가족들과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이처럼 안타까운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치매 어르신을 지키는 배회 감지기가 널리 보급돼 치매 어르신과 가족들이 조금 더 따스한 봄날을 맞이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진희 진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