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장롱 속에 카메라를 넣었을까?

6월까지 루시다 갤러리 카메라 특별전

2021-04-13     박성민
루시다 갤러리는 2019년 아날로그 카메라 기획전시 ‘시간을 달려온 카메라’에 이어 두 번째 아날로그 카메라 기획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명이 다되거나 유행이 지나 폐기물로 버려진 장롱과 그 장롱 속에 간직했던 카메라에 관한 기억으로 전시장을 채웠다. 카메라가 귀했던 시절이 있었다. 70-80년대 아날로그 카메라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카메라 한 대 장만하는 것이 소박한 꿈인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귀한 물건을 어디다 보관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 지금 같은 보안 시스템이 발달하지 못했던 그 시절에 집안에 유일하게 시건장치가 있었던 곳이 바로 장롱이었다.

집안의 중요한 문서와 현금을 포함해 장롱 속은 안심할 수 있는 금고였다. 카메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카메라는 장롱속에서도 아무도 찾지 못하는 가장 깊숙한 곳에 보관했었다. 검정가죽 케이스, 그것도 모자라 그 위에 옷으로 덮어 두었던 카메라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다. 아버지는 명절에 한번씩 카메라를 꺼내서 가족을 모델로 세우고 기념촬영을 했다. 아버지는 왜 장롱 속에 카메라를 넣어둘까? 그 의문을 해결할 수 없었던 그때부터 나는 아마도 카메라라는 물건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아날로그 카메라나 턴테이블과 같은 오래된 물건을 갖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빠르고 간편하고 편리한 물건들과 대척점에 있는 아날로그를 기반으로 하는 물건들은 느리고 복잡하고 사용방법 조차도 간단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말 뒤에는 자주 ‘감성’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그건 아마도 그 물건의 본질적인 부분이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디지털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하루쯤 그 변화하는 환경 속에 여유를 가지고 옛날의 장롱 속으로 모험을 떠나보면 어떨까? 루시다 갤러리 제1전시실에서 전시와 함께 스튜디오 촬영체험관을 운영한다. 전시는 오는 6월 10일까지 열린다.

박성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