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4] ‘달팽이’

2021-04-15     경남일보

 

어찌나 빠른지
달나라에선 나를 팽이라 부르지

내가 느린 게 아니라
쓸 데 없이 당신이 빨라
-복효근 시인의 ‘달팽이’


 



달나라에 사는 것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시인의 시를 읽으며 알게 된다. 방아 찧는 토끼가 달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은 어려서부터 알던 이야기인데, 달팽이도 살고 있단다. 그것도 ‘어찌나 빠른지’ ‘팽이’라고 불린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달팽이 정도의 속도는 빙빙빙 도는 ‘팽이’급이라는 것인데, ‘쓸 데 없이’ 빠른 ‘당신’의 나라에 비하면 달나라의 시간 문법은 또 얼마나 솔깃한가 말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6분이면 된다는 하이퍼튜브가 실존하는 세상은 공간도 압축시키고 우리의 삶도 압축시킨다. 인간 삶의 시공간이 압축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 것인지 감도 잡히질 않을 지경이다. 달나라 달팽이의 시간법이 마냥 부럽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