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도올과 독서

이정옥 (진주문인협회이사)

2021-04-20     경남일보

 

독서 하면 김용옥이다. 고려대, 일본 동경대, 국립 대만대, 미국 펜실베니아대, 하버드대를 나와 중국, 한국, 일본, 인도, 희랍의 고전을 섭렵했다. 생물학, 신학, 철학, 의학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학문적 성과를 저서로 남겼다. 다독의 결과다.

웃지 못할 일화가 있다. 가족 모두 서울대를 나온 도올의 집안은 석학들이 많다. 유일하게 고려대에 입학한 김용옥을 돌머리라 홀대했다. 아호를 돌을 길게 발음한 도~올에서 얻었다. 돌머리라 홀대한 이들에게 한 방 날린 반어적 응수였다. 불의의 사고로 입원했다. 팔다리를 공중에 매달고 목까지 깁스했다. 내리 3000권을 독파했다. 집안의 열등생이 세상의 우등생이 된 계기였다.

2000년 ‘KBS TV 강연, 공자’를 시작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우리 옷 두루마기를 떨쳐입고 우레 같이 등장했다. 공자, 노자, 한비자를 전광석화처럼 다뤘다. 중국어, 일어, 영어, 스페인어가 그의 혀끝에서 자유자재 굴렀다. 현대인의 희노애락을 논어, 중용, 예기에 빗대어 일사천리 풀었다. 신기에 가까운 필설은 독서 열풍을 몰고 왔다. 도서관과 서점을 찾게 되고 직장인들은 형설야독 했다. 철학적 사유가 담긴 시니컬한 언변에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초인적인 독서로 스스로를 구하고 민중의 각성제가 되었다.

독서에는 마력이 있다. 자아에 눈뜨게 한다. 개인적 성찰에서 역사와 현실에 대한 성찰로 인식의 지평을 연다. 세상 이치 알아채고 유비무환하게 한다. 깊어지면 반신반인의 경지에 든다. 십만양병설을 예언한 율곡 이이의 독서가 그랬다.

4차 산업 혁명은 글의 시대다. 언어가 전략이다. 시험에 대비하는 지문을 읽는 행위는 더 이상 전망 없다. 비자발적인 독해는 강요된 읽기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독서가 갈 길이다. 꾸준히 습관 들이면 지력이 커진다. 담금질하듯 읽어야 자기 기준이 높아진다. 비로소 작은 것 안 따지고 애면글면 안 한다. 시야가 넓어져 멀리 보고 빨리 간다.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이 분명한 과도기다. 관습에 젖은 눈과 귀를 닦고 낮에도 읽고 밤에도 읽다 보면 지리멸렬한 일상이 보이지 않는다. 권태 끝에 시작되는 전망이 보인다. ‘리드가 리더한다’는 영어 속담처럼 많이 읽는 사람이 최후에 웃는다. 지금이 기회임을 알아차리게 하는 것도 독서가 한다.이정옥 (진주문인협회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