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자신의 궤도를 벗어나 연대(連帶)하기를

2021-04-20     경남일보
얼마 전, 오랜만에 대면 인터뷰가 잡혔다. 취재원에게 말끔한 인상을 주기 위해 평소 입던 후줄근한 옷 대신 재킷과 셔츠를 집어 들었다. 학생 기자의 겉치장은 선거의 유세전과도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선거철이 임박하면 각 정당은 껍데기를 갈아 끼우기 시작한다. 지난 4월에는 우리나라 제1·2 도시인 서울과 부산에서 시장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 막바지에 서울시장에 출마한 거대양당의 후보들은 선거의 표심을 자극할 열쇳말로 ‘청년’을 택했다.

정당들은 자당의 유세 현장에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20·30세대들에게 마이크를 쥐여주며 지지 발언을 이어갔다. 청년들의 목소리는 강했다. 그들의 날카로운 비판에 사람들은 열렬한 응원을 보냈고 영상 조회 수는 수십만에 육박했다.

흔히 요즘 청년들은 ‘연대(連帶)’할 줄 모른다고 한다. 세상 일에는 관심이 없고 각자도생이 기본값인 삶, 이들 세대에 협력하는 공동체 정신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사실 틀린 말 없다고 생각했다. 대학 신입생 시절, 대학 통합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에도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서 연대하겠다던 동기들, 선배들은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극소수의 학생들만이 그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얼마 전 있었던 세월호 참사 7주기도 그렇다. 학내에서 노란 리본을 나눠주는 학생들을 가리키며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 ‘보여주기식 선택적 애도’라며 힐난하는 일부 학생들의 모습을 목격했다.

그래도 나는 믿고 싶다. 온갖 곳에서 벌어지는 서열화, 계급화에 의해 재단 당하는 개인의 능력, 실패해도 기회를 쉬이 용인하지 않는 사회구조가 이들을 철저히 그늘로 내몰았을 거라고. 잠시 잊고 있었던 5년 전 겨울을 회상해본다.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탄핵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동성로 광장에 발을 디뎠을 때, 내 눈 앞에 펼쳐진 수많은 촛불 물결의 중심에는 나와 같이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서 있었고, 청년들이 함께했다.

다시 2021년, 정치권에서 청년이 가진 힘은 한 번 더 입증된 셈이다. 앞으로 남은 내 대학 생활에서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과 연대하고 할 줄 아는 청년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나’의 궤도에서 벗어나 시선을 바깥으로 조금만 돌려보자.

이예진 경상국립대신문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