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자리’

2021-04-22     경남일보
얼마전 제 1야당의 한 당직자가 탈당하였다. 그가 지난 재보궐 선거 개표방송 시청을 위한 당내 회의실에 자신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무처 직원에게 욕설을 퍼 부은 파장이다. 번듯한 자리에 앉아 있어야 유력한 사람으로 보일텐데, 그 기회를 잃은 따름일 테다. 사태의 심각성이 점증되어 출당을 예고하자 미리 거취를 정했다.

▶그런 현장에 당 대표급 인사에게는 지정석 마련이 자연스럽다. 그 외 당직자는 눈치로 좌석의 자리매김을 스스로 해야 한다. 앉아 있다가도 좀 늦게 나타난 중진이나 선배에게 자진하여 자리를 양보하거나, 마지 못해 비켜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모른척하며 서로의 체면을 뭉갤 때도 허다하다.

▶대표를 총재로, 원내대표를 원내총무로 부르던 시절이니 오랜 전의 일이다. 장관을 지낸 한 여성당직자가 총재 옆에 자리하여 이동하던 중, 그 자리를 탐낸 다른 당직자로부터 갈비뼈를 가격 당해 병원에 간 사건이 있었다. 기풍이 튼튼한 조직에서는 있기 힘든 일이다.

▶이런 일이 정치판에서 유독 흔하다. 이념결사체로 동지애가 영원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필요에 따라 간도 내 줄 것 처럼, 정 반대인 개가 닭 보듯, 정치적 이해에 따라 이합집산이 일상인 곳이 거기다. 서로간 오랜 인연이 아니기에 안면몰수에 대한 부담이 적다. 개명과 창당의 반복에 따른 허약한 정당의 뿌리도 한 원인일 테다. 내년의 대선, 어느 정당도 온전한 선거매뉴얼이 없는게 현실이다. 돈이 더 들기 마련이다. 고비용에 저효율, 정치질시의 한 단면이다. 정승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