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2050탄소중립

2021-04-26     경남일보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매미는 알에서 성체가 되기까지 7년이나 걸리지만 우화(羽化) 이후 짧게는 일주일, 길어도 보름 밖에 살지 못하고 죽는다고 한다. 한 여름 긴 울음소리로 지루한 일상을 더욱 지루하게 만드는 것은 짧은 한살이에 대한 절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미국에는 그 기간이 17년이나 걸리는 ‘브루드X’라는 매미가 있다고 한다. 붉은 눈에 주황색 날개를 가진 이 매미가 올 여름 수조마리 미대륙에서 태어날 것으로 전망돼 긴장하고 있다. 버지니아, 캔터기주에서는 벌써부터 이들이 짝짓기를 위해 질러대는 소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종의 번식을 위해 17년 후를 대비하는 것이다.

▶‘브루드X’의 출현은 생태계의 풍족을 가져와 근래 볼 수 없는 최고의 만찬이 될 것이라는 순기능도 있지만 소음공해와 먹이사슬의 불균형, 식물에 대한 피해를 걱정하는 염려도 크다. 아프리카대륙에서 발생한 메뚜기떼가 유럽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에 비견할만도 하지만 미국에선 이를 견제할 별다른 조치는 없다.

▶탄소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 생태계의 불균형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경고에 주목한다. 지구의 날을 맞아 최근 열린 기후정상회담에서 각국은 탄소저감대책을 내놨다. 우리도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공약을 밝혔고 영국, 캐나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도 줄을 잇고 있다. 기후붕괴에는 백신이 없다지만 왠지 우리의 ‘탈원전’이 거슬린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