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바라보는 대로

김순선 (문화예술인)

2021-04-28     경남일보

 


오가는 사람들이 몇 없는 조금은 한가로운 길, 소녀는 앞을 보며 조금 놀란 기색이 역력했으나 이내 자신의 평소 습관대로 누군가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멀찌감치 걸어오던 아저씨는 약간 당황한 듯 “아! 어, 그래?” 하며 소녀의 인사에 답했다. 소녀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 아저씨를 오늘 처음 직접 대면한 것이다.

그는 동네에서 깡패로 소문이 자자했고 무서운 일도 서슴지 않는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때문에 막연하게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그 누구도 그와 가까워지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 후 소녀는 그와 가끔 마주치는 일이 있었고 이전과 같이 깍듯하게 인사를 드리며 평범한 동네 어른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늦은 하교길에서 짓궂은 남학생 몇몇에 둘러싸여 놀림을 받았다. 마침 길을 가시던 한 분이 남학생을 저지해 난감했던 상항을 모면했다. 그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려 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바로 동네 소문난 깡패, 그 아저씨였다. 그는 자리를 뜨며 “집 가는 길이지?” 하며 앞서갔다.

소녀는 생각했다. “어! 저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 왜 사람들은 깡패라고 말했을까? 라며 집으로 가는 동안 의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동네 사람들은 그저 소문에만 귀 기울였을 뿐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를 그저 무서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대했던 것 같다. 실제 그 아저씨는 깡패로 유명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존중받은 사람은 존중을 받은 자로서 행동하게 돼있다. 어쩌면 그 사람은 소녀를 만나기 전이나 후에 크게 변화된 것이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아무 사심 없이 다가와 한 평범한 어른으로 봐준 그 소녀에게 늘 깍듯하게 예의를 차린 건 확실하다.

사람은 누구나 한때의 실수가 있고 그로 인해 인생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수도 있다. 자신의 처한 환경을 누군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자신을 이해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래서 존중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 그는 분명 자신을 존중하며 바라봐주는 그 한 사람으로 인해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 하는 행동마다 내 마음에 쏙 드는가? 그것은 당신의 시선이 그를 좋은 방향으로 바라봐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