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6] ‘연두’

2021-04-29     경남일보


연두가 참 예쁘다

연두, 연두, 입술을 모아 부르니

으름덩굴 꽃그늘 아래

초록이 쫑긋 고개를 내민다



별이 된 아이들이 내려와 꽃이 되었다

-나종영 시인의 ‘연두’



남자아이 여자아이 할 것 없이 편을 갈라 간첩 놀이를 했다. 빨치산이 된 팀은 어떻게든 잘 숨어 오래도록 잡히지 않아야 했고 국군 팀은 샅샅이 뒤져 찾아낸 후 적의 가슴을 향해 탕 탕 총을 쏘는 것으로 승부를 냈다. 장난감도 드문 시절이었으니 탕 탕 탕 입으로 소리를 내는 입총이었던 셈이다. 해가 저물도록 마을 구석구석을 더투고 다녔으며 뒷산 찔레덩굴이나 으름덩굴 사이로 숨어들기도 했다. 숨어 있는 동안 찔레순을 따먹거나 똬리 틀고 있는 뱀을 만나 기겁하여 뛰쳐나오기도 했다. 그때 저 연두들처럼 우리도 ‘참 예쁜’ 연두였다.

‘별이 된 아이들이’ 그곳에서도 우리 어렸을 때처럼 저 연두들을 온종일 헤집고 다니며 행복했으면 좋겠다.(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