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양파 품종 육성과 파리

2021-05-04     경남일보
양파는 전 세계 519만 3000㏊(2019년)를 재배하며 채소 면적의 24%를 차지한다. 생산량 또한 전체 채소생산량의 32%인 9996만t에 이르는 작물로 토마토, 수박과 함께 세계 3대 채소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양념 채소로 인기가 높아 1인당 소비량이 30.7㎏(2019년)에 달할 정도로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 채소이다.

양파는 다른 꽃의 화분(꽃가루)이 암술에 수분되어 종자를 생산하는 타가수정작물로 품종이나 구의 크기, 환경조건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 개의 모구에서 1∼30개의 꽃대가 발생한다.

꽃대 위에는 공 모양을 한 하나의 큰 꽃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수히 많은 소화(작은 꽃)가 둥글게 착생한 것이다. 한 화구를 이루는 소화는 50개부터 많게는 2000개 이상 이르지만 보통 600~800개 정도이다.

이렇게 무수히 많은 작은 꽃들은 화구의 윗부분(정부)부터 피기 시작해 점차 아래로 내려오며 한 화구의 꽃들이 완전히 개화하는데 대략 14~28일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인위적인 수분이 어렵고 수분을 시켜줄 적절한 매개체가 필요하다.

보통 수분매개체로는 물, 바람, 곤충 등이 있으나 양파 화분은 끈적한 특성을 보이고 있어 바람보다는 곤충이 수분매개체로 적당하다. 양파꽃에 찾아드는 곤충의 종류는 대략 267여종이며, 이 중 꿀벌과 파리 종류가 양파 수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파와 파를 포함한 파속류 작물의 대규모 종자 채종에는 수분매개충으로 뿔가위벌(Osmia rufa), 꿀벌(Apis mellifera, Apis dorsata), 꽃등에(Eristalis tenax), 집파리(Musca domestica), 금파리류(Lucilia sp.) 등이 이용되고 있다.

양파의 종자 생산을 위해서는 격리된 장소에서는 화분을 모으는 꿀벌보다는 화분을 소비하는 벌이나 파리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대규모로 종자를 생산할 경우 파리보다 꿀벌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양파 신품종 육종을 위해서는 집단선발과 교배 등의 과정을 통해 우수한 계통을 육성한다. 이때 보통 10㎡이하의 면적에서 소형 망실을 이용하는데, 격리망에서는 꿀벌보다 파리가 수분 매개에 더 효과적이다. 파리 중에서도 집파리보다는 가슴과 배에 녹색 광택이 있는 연구금파리(Lucilia illustris)가 더 적합하다.

바퀴벌레, 모기와 함께 삼대 해충으로 꼽히는 파리가 양파 신품종 육종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곤충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경남도농업기술원 양파연구소에서도 파리를 활용하여 양파 육종을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 12종을 육성하여 보급 중이다. 향후 수분매개충과 채종 환경 및 개화조절 기술 등의 채종효율 증진기술을 개발하여 육성된 신품종이 조기에 보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문진성 경남도농업기술원 양파연구소 육종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