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9] ‘SOS’

2021-05-20     경남일보



그는 지금 봄의 바다를 표류 중이다

 


탕탕탕 꽃이 지는데

가까스로 내민 오월의 붉은 손 한 잎

-강영식(오장환디카시신인문학상) 시인의 ‘SOS’


 




‘저 붉은 손 한 잎’이 로맹 가리 소설 ‘자기 앞의 생’의 열네 살 모모 같다. 모모가 사는 곳은 아랍인, 창녀들, 아프리카인, 노인 등이 밑바닥 삶을 사는 모질고 척박한 곳이다. 매춘부 출신 유대인인 로자 아줌마가 맡아 키우는 창녀의 아이들과 모모도 함께 산다. 그런데도 더는 피폐할 수 없는 그런 곳에서 모모는 ‘사람이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배워 나간다.

잘린 나무의 삶을 제외하고는 만화방창한 봄이다. 꽃이 피고 잎이 나고 꽃이 지는 왕성한 생명들 사이에서 댕강 잘린 나무의 밑동만 거칠다. 법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매춘부들이 자신의 아이를 숨겨 키워오듯 더는 잎을 틔울 수 없는 나무가 밀어내는 어린잎 하나와 다르지 않다. 마치, 사람은 ‘사랑해야 한다’라고 하는 것처럼, 나무는 ‘움을 틔워야 한다’라는 것처럼. 도와줘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