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숟가락

2021-05-26     경남일보
밥을 떠먹는 숟가락의 기원은 중국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지금은 그 쓰임새가 아주 적단다. 일본은 거의 사용치 않은 식기다. 국을 먹을 때도 젓가락으로 쓸어 마시니 별 쓸모가 없단다. 포크를 사용하는 서양의 숟가락은 사전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뜨지 않고 찔러 사용하니, 공격적이거나 호전적 문화가 발달했다는 얘기가 가장만은 아니다.

▶숟가락과 연관된 말이 많다. 출생과 입신여부를 가늠하는 행·불행을 암시하는 금수저나 흙수저 같은 상징어로 등장하고, 특히 밥상에서의 그것과 관련한 의식 또한 유별나다. 지난주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관련한 ‘숟가락 논쟁’이 뜨거웠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의 미국내 투자규모, 물경 44조원과 견주어 55만회 분의 군인용 백신을 받아왔다는 비아냥이 그런 범주다. 이 투자와 대통령 혹은 정부역할이나 기여가 어떤 인과인지 은근히 궁금해진다. 물론, 권력의 배려와 권장이 그런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있다.

▶그런데 신중해야할 성과에 대한 ‘숟가락 얹기’다. 살아있는 권력의 임기 중에는 투자권유나 장려라는 점잖은 명분이 분칠된다. 하지만 그게 끝나면, 안면몰수로 항거불능의 강압이라는 용어가 튀어 나올 수 있다. 기업과 권력이 좋을 때는 한 배를 탄 영원한 동지 같지만, 반대의 경우는 상대를 죽여야 살아 남는다. 그 주체는 정말로 입증되기 힘든 직권남용의 굴레가 씌워 진다. 하지만 새 권력은 입증시키는 마력도 가진다. 가까운 과거에 죽 봐 온 섭리같은 또렷한 반면교사가 많다. 정승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