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20] ‘어느 날 소인국에서’

2021-05-27     경남일보


세상이 커 보였습니다

서로 우러러보지 않게 작았습니다

세상이 높아 보였습니다

다정한 말들이 담벼락을

넘지 않았습니다

-문동만 시인의 ‘어느 날 소인국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아이가 함께 있는 풍경만으로도 세상에 더한 평안은 없다. 어르신들 눈과 마음에 충만할 즐거움과 사랑, 지금 저곳을 자신이 보는 세상의 전부인 것으로 인지할 아이의 태평한 마음이 사진 속에 그득하다. 거기다 햇살까지 환하다.

커 보이고 높아 보이는 것과 작고 낮은 것의 대비가 극적으로 조화롭다. 허리 굽은 노인들과 키 작은 아이의 조화, 장차 더 작아질 어른들과 크게 될 아이의 대비는 높은 담벼락을 경계로 세계를 가르게 된다. 세상이란 담벼락이 아무리 높고 험준해도 ‘다정한 말들’이 ‘소인국’에 있는 한, 무서울 것 없는 세상이 된다. 따스한 무언가가 그리워질 때 이 디카시를 읽으면 어떨까.(시인·디카시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