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섬, 푸른 보석을 찾아서(2) 통영 두미도

2021-05-30     이웅재
◇두미도 현황

행정구역상 통영시 욕지면에 속하는 두미도는 지형이 머리가 있고, 꼬리가 있는 생물(올챙이)의 모양과 비슷하다 해서 두미(頭尾), 또는 전래의 마을 두미동을 계승해 두미·디미라 부르기도 하며, 조선왕조실록에는 ‘미륵이 머물다 간 섬’을 뜻하는 둔미(屯彌)로 기록돼 있다.

총면적은 5.03㎢이고, 해안선 길이는 11.0㎞이다. 섬 전체가 하나의 구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동쪽과 북쪽의 일부를 제외하면 급사면으로 되어 있다. 최고봉은 높이 467m의 천황산(天皇山)이다. 해안은 대부분 깎아 세운 듯 한 해식애로 되어 있어 선박의 접근이 쉽지 않으며, 연안의 평균 수심은 20m이다. 토지이용 현황은 논 0.02㎢, 밭 0.96㎢, 임야는 3.39㎢이다. 온화한 기후에 기암절벽을 이루는 곳이 많아 해상관광지로 알려져 있고, 바다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1897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해, 1970년대에는 인구가 500여명에 달한 적도 있었으며 주민 대부분은 농업과 어업에 종사했다. 전기는 1984년 해저케이블을 깔면서 들어왔다. 식수와 생활용수는 마을 간이상수도로 해결하는데, 수량이 풍부하고 수질도 좋다. 현재 두미도 주민은 61가구 92명으로 대부분 북구마을과 남구마을에 모여 사는데, 30%가량이 70살 이상인 초고령사회이다. 주산업이었던 농·어업은 쇠퇴하고, 최근엔 낚시나 등산객을 상대로 하는 민박업이 늘어나고 있다.

감성돔과 농어, 볼락, 물메기, 고구마, 생강 등이 특산물로 거론된다. 통영시는 ‘물 걱정 없는 섬마을 조성계획’에 따라 해수 담수화 시설 등 식수원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두미도를 육지와 연결해주는 교통수단은 승객 124명과 승용차 6대를 운송할 수 있는 194t급 카페리여객선 바다누리호가 유일하다.

바다누리호는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6시 50분과 오후 2시 30분 등 하루 2차례 출발한다.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서 두미도 북구선착장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두미도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남구마을(이장 신태근)과 북구마을(이장 고상훈)은 바다를 바라보며 섬 일주가 가능한 13㎞ 임도로 연결되어 있다. 3시간 반 정도면 걸어서 한 바퀴 돌 수 있는데, 돌담집과 아름드리 동백나무 군락, 해식애 등을 보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두미도의 이모저모

-섬 일주도로

아담한 섬 두미도는 일주도로가 명품이다. 섬을 관통해 뚫린 도로가 아니라 바다를 바라보면서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임도가 개설돼 있다. 북구마을에서 남구마을을 지나 다시 북구마을로 돌아오는데 약 3시간 반쯤 걸린다.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는 고운마을, 맷돌과 절구 등 돌(石)로 유명했던 청석마을, 잡목에 파묻혀 사라져가는 마을 등등 걸음걸음 세월의 흔적을 만끽할 수 있다. 섬 처처에 흔히 보이는 돌담도 정겹기만 하다. 담은 바람을 견딜 수 있게 홑담이 대세다. 겹으로 쌓으면 더 튼튼할 것 같은데 홑담이 바람에 더 잘 견딘단다.

두미도의 바다는 매력 그 자체다. 임도를 따라 걸으면서 바라보는 두미도 바다는 탁 트여있다. 푸르고 맑은 물색은 당연지사고, 그 흔한 양식장이 단 한개도 없다. 물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방파제나 파제제가 없어 얻은 ‘천혜의 선물’이다.

-통영시 최고봉 천황산

높이 467m 최고봉을 자랑하는 두미도 천황산은 작지만 풍경이 좋아 요즘 산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남구 선착장에서 임도를 따라 전망대까지 가면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천황산 정상까지는 그런대로 등산로가 있지만 투구봉 가는 길이나 동쪽 전망대로 내려가는 길은 오지 산행을 하듯이 쉽지 않은 코스다. 간혹 밧줄에 의지해 건너야 하는 바윗길 등 마주하는 난관에 도전하는 맛이 산다. 훼손되지 않은 천황산 등산로 주위에는 엉컹퀴와 접시꽃 등 온갖 야생화가 피어있고, 길가 잘 익은 산딸기에도 수두룩하다. 손때 묻지 않은 바위에는 귀한 이끼 부처손이 피어 있다.

특출난 관광거리가 없는 두미도에서 천황산은 귀한 관광소재다. 바다누리호 첫배와 마지막배의 간극이 7시간 정도다. 남구 선착장에서 내려 전망대 앞 등산로를 따라 천황산 정상에 올라 북구마을로 하산하는 코스의 등반 시간이 3시간에서 4시간대면 족하다.

 
-극심한 가뭄도 이겨내는 물줄기 장군샘.

두미도에 상점은 없지만 물은 있다. 펑펑 솟는 물줄기는 아니지만 이제까지 단 한번도 마른 적이 없다는 장군샘이 있다. 좋은 물이 있다 보니 폐해도 생겨났다. 육지 극소수의 인사들이 차량을 끌고 와 장기 숙박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이들은 장군샘에서 물 길어 먹고, 세수도 하고, 식기를 씻었다. 오염까진 아니어도 주위가 지저분해 졌다. 이들은 ‘깨끗이 하라’는 주민 경고를 일축했다. 결국 주민들은 강수를 뒀다. 차량이 못 들어오게 진입로에 쇠사슬을 쳤다. 비로소 남해바다의 수호신 수운장군의 설화가 담겨 있는 장군샘이 온전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한 달에 여섯 번은 삼치(삼천포) 장에 간다.

두미도와 육지를 잇는 바다누리호. 바다누리호는 하루 2회 통영 서호항과 두미도 남·북구를 오간다. 그런데 바다누리호가 일탈하는 경우가 있다. 삼천포 전통 5일장이 서는 4·9자 날이다. 4·9자 날에는 바다누리호가 통영이 아닌 삼천포수협 옆 신수호 선착장에서 오훗배를 띄운다. 한 달에 여섯번 섬 사람들의 육지 나들이가 공식적으로 이뤄진다. 삼천포 오일장은 상점이나 구판장이 없는 두미도 주민 대부분이 필요한 생필품을 뭉텅이로 사다 나르는 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바다누리호의 항로가 바뀐다. 평소 입도할 때는 서호항-두미도 북구·남구-탄항 등 부속 섬 서너곳-통영항으로 운항하는데, 장날에는 통영 서호항-부속섬-두미도 남구·북구-삼천포항으로 운항한다. 관광객 등이 두미도에 들어갈 때 반드시 선사에 항로를 확인해야 착오가 발생하지 않는다.

 

◇두미도의 비전

조용한 섬 두미도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변화의 선봉에는 경남의 섬 정책이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 ‘살고싶은 섬 가꾸기 사업’ 공모에 들어가 두미도를 대상지로 선정했다.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은 3년간 30억원을 투입해 주민 주도로 섬 환경과 생활여건을 개선해 가는 ‘섬 재생 정책’이다. 어업만 바라보고 살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섬 주민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할 수도 있다.

이에 편승해 최근(5월 4일) 중소벤처진흥공단이 재택근무의 유사형태인 섬택근무를 선언했다. 소수의 직원들이 순환 근무 형식으로 두미도에 근무한다. 육지로부터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은 섬 주민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캐나다와 브루나이 등 해외에서 수 십년 동안 관광업을 하다가 두미섬으로 이주한지 5개월쯤 된다는 한호수·우혜영 50대 부부도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이 부부는 두미섬의 관광지화에 일조하기 위해 섬 역사 공부에 열심이다. ‘욕지연화장 두미문세존(欲知蓮花藏 頭尾問世尊)’도 이들 부부의 두미섬 활성화 구상에 포함돼 있다. 욕지연화장 두미문세존은 이웃 섬 연화도에 연화사와 보덕암을 짓고 연화도를 불교의 성지로 만든 고산(古山) 스님이 욕지면에 속해 있는 욕지도, 연화도, 두미도, 세존도 그리고 한산도 문어포(問於浦)의 글자를 따서 지은 오행시로 ‘연화장 세계의 처음과 끝을 알려면 세존께 물어보라’는 뜻이다. 한호수·우혜영 부부는 오행시에 거론된 통영의 섬들을 연계하면 머무는 관광이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웅재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