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피해자 국선변호인

2021-06-09     한중기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국선변호인’과 혼동되는 ‘피해자 국선변호인’ 제도가 있다. 범죄 가해자를 대리하는 국선변호인과 달리 성범죄의 피해자를 돕는 변호인이다. 2012년 처음 도입돼 모든 성범죄 피해자를 대상으로 운용되고 있다. 성범죄가 빈발하고 흉포화 지능화되면서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에서 발생한 성범죄 피해자의 보호 조치는 그동안 미흡한 면이 많았다. 해서 군 범죄피해자도 민간인 신분의 피해자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지난해 6월 법률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여성피해자에게는 여성 변호인을 우선 배정하고, 없으면 민간 변호인을 선임토록 하는 군의 매뉴얼도 있다.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 유족 측이 군에서 지정한 피해자 국선변호인을 고소했다.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때까지 제대로 된 면담 한번 없었고 오히려 사진 등 신상정보를 누출한 혐의란다. 시시비비는 수사로 가려지겠지만, 군의 성범죄 피해자 보호제도의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현재 각 군의 국선변호 전담 여성 법무관은 육군 50명, 해군·해병대 3명, 문제가 된 공군은 단 한명도 없다. 공군은 당연히 외부 여성 변호인 선임을 안내할 의무가 있는데도 무시했고,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최소한의 법적 조력을 받지 못하고 안타까운 일을 당하고 말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실과 괴리되고 집단 부작위가 작동되면 무용지물이다./한중기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