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정치인의 나이와 시대정신

2021-06-14     이홍구
세상은 누가 바꾸는가? 일본 속담에 “세상을 바꾸는 것은 바깥에서 온 사람, 젊은이, 바보”라는 말이 있다. 2021년 6월, MZ세대들은 한 비주류 젊은이가 쏘아올린 우직한 변화의 신호탄에 “가슴이 웅장해졌다”고 감격했다. 헌정사 처음으로 30대 제1야당 대표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젊은 정치인의 등장은 외국에선 흔한 일이다. 85년생으로 올해 36살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34살에 총리가 됐다.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39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37살,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는 38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9살에 각각 집권당 대표와 국가 최고직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청년정치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당시 박정희는 44세, 김종필은 35세였다. 국가재건최고회의 혁명내각의 내각수반 겸 국방부 장관에는 39살의 장도영이 지명됐다. 장관 등 내각의 각료 14명중 50대는 외무부 장관 김홍일 단 한명뿐, 모두 30~40대였다. 이후 김영삼, 김대중으로 대변되는 젊은 정치인들은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와 돌풍을 일으켰다.

▶지금 한국 정치 앞에는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이 교차하는 ‘전쟁 같은’ 길이 놓여 있다. 2030세대의 분노, 정치권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민심,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 등 ‘이준석 현상’을 분석하는 시각은 다양하다. 하지만 이준석이 제기한 개인의 다양성과 절차적 공정, 그 ‘자유와 공존’이라는 시대정신은 이념과 세대, 지역을 초월한 가치임이 분명하다.

이홍구·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