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제징용 판결과 법관의 독립

김명용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2021-06-17     경남일보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 16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하했다

이 판결 후 “반헙법적 판결”이며, “2018년 대법원의 판결과 정면 배치”한다고 판결을 규탄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해당 판사의 탄핵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10일 참여 인원이 26만 명을 넘었다.

재판부는 “일본의 식민지배의 불법성 인정자료가 없고, 국제법상 그 불법성이 인정된 자료가 없다”며, 일제의 강제징용 역시 국제법상으로 불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수용하기 어렵다. 일본의 만행은 분명히 국제인권규범에 반하며,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불법행위가 아니라면 언제든지 과거와 같이 국제 질서에서 인권이 유린되고 식민지배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이 판결은 오늘날 실질적 법치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현실에 타당하지 않다. 일본과 2차 대전 당시 같은 진영의 독일은 나치하에 자행된 불법행위에 대해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라고 인정하고, 그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으로 이웃 국가와의 공동번영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자기들의 반인륜적인 행위에 대하여 어떻게 하고 있는가. 그리고 헌법 제103조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해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법관은 사회적·법적으로 ‘객관화된 양심’으로 법적 결정을 해야 한다. 이 판결에 국민이 왜 흥분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재판부는 생각해봐야 한다.

다른 한편 국민들은 법원의 절차가 아직 종결되지 않았으며, 상소심에서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법관의 실명이 언론매체에 오르내리고, 법관탄핵에 대한 국민청원이 26만 명이 넘는다는 것은 자칫 법관들을 흔들어 헌법상 보장된 사법권의 독립마저 저버릴 수 있다.

최근 법조인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이는 오늘날과 같은 법치국가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앞으로 법관은 법적 결정에서 ‘객관성’을 더 담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더 강화할 수 있고,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서 기능할 수 있다.


김명용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