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원전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

2021-06-24     경남일보
김부겸 국무총리가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원전은 앞으로 60년간 우리 에너지원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원전이 우리나라 에너지원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에너지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원전 수명 연장’과 관련해서도 김 총리는 “(수명 연장이) 경제성 있는 조처라면 만료가 돼가는 원전마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겠나. 고리·월성 원전도 그런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북 울진 신한울 1호기와 관련해서는 “이미 다 지어놓은 원전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승인을 원자력안전위원장에게 직접 요청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김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원전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부분적으로 탈원전 정책에 유연성이 있을 것이 기대되는 발언들이다. 정부는 탈원전을 선포할 때부터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여러 제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탈원전을 강력하게 속전속결로 추진해 왔다. 부산 기장의 고리 1호기를 영구 폐쇄하고 신한울 3·4호기는 착공 직전 사업 추진을 보류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나 노후 원전 수명연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원전 기술을 갖추고 있던 원전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원전 주력기업인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도내 270여 곳의 원전 협력업체들은 원전 신규건설이 중단되고, 수출길마저 막히면서 줄도산 위기에 내몰려 있다.

그렇지만 김 총리 발언이 ‘완전한 탈원전 전환’으로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처럼 원전 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신규로 짓는 것은 무모하다”면서 완전한 탈원전 정책에는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전을 신규로 도입하려는 국가에 수출하려는 건 설득이 가능하다”고 밝혀 애매모호함에 모순적 논리 마저 보여 혼란스럽다. 탈원전의 결과로 원전산업은 오늘도 무너지고 있고, 경남의 원전업체들이 폐업하고 있다. 탈원전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