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문자옥(文字獄)

2021-06-30     한중기
명의 주원장은 어려웠던 시절 승려, 도적으로 지냈던 과거를 떠올리는 일에 극도로 민감했다. 승려를 연상시키는 ‘광(光)’ ‘승(僧)’ ‘독(禿:대머리)’이나 ‘도적 적(賊)’과 발음이 비슷한 ‘생(生)’이나 ‘즉(則)’ 자를 쓰면 무차별 처벌했다. 이른바 ‘문자옥(文字獄)’이다. 끊임없는 권력욕, 열등감의 산물이다.

▶주원장은 조선에도 표전문제(表箋問題)로 생트집을 잡았다. 조선에서 보낸 표전문 글귀 일부가 불손하다는 이유로 이를 가져온 사신을 억류하고, 정도전을 압송하라고 했다. 정도전은 이에 대항해 요동정벌을 계획했다. 국내문제를 넘어 국제관계에서도 문자옥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문자옥은 과거 중국 왕조가 황제와 체제를 비판하는 세력을 대대적으로 숙청한 사건을 말한다. 실제 비판 여부는 그리 중요치 않았다. 반대파를 탄압하는 도구로 널리 활용됐다. 진시황의 분서갱유, 명의 주원장, 만주족 지배에 비판적인 한족을 탄압한 청(淸)의 강희·옹정·건륭이 대표적이다.

▶오늘로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이한 중국이 홍콩의 반중매체와 언론인을 대대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권력 비판 언론인을 체포하고 자금줄을 조여 펑궈일보를 6월 24일 폐간하게 만들었다. 반중시위를 생중계하던 리창신문은 “홍콩에 문자옥이 왔다”며 모든 칼럼을 내렸다. 도도한 장강의 흐름을 막을 수 없듯 진실을 감추고 사상을 통제하려는 문자옥 역시 영원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