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감사의 향기

박종숙 (콩살림지기)

2021-07-01     경남일보

 

시골에서 살면서 힘이 약한 것은 큰 장애다. 힘을 써야 하거나 물건을 옮기는 일은 모두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일일이 부탁해야 한다. 그래서 나의 생활에서는 집집마다 배달해주는 분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웬만한 곳은 다 배달해 줄 정도로 택배가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시골에서 생산되는 곡식이나 나물 또는 장류 제품들을 직접 갖다 드릴 수가 없으니 인정을 표하거나 장류를 배달할 때도 택배를 활용한다. 전화 한 통이면 요청한 대로 배달해주고 배달해 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지내온 시간이었다.

예상보다 파업시간이 길어지자 주문하신 몇몇 분들한테서 전화는 걸려오고 보내 드리지 못하는 답답한 내 마음도 더해지면서 불편한 마음만 드러내었다. 그분들이 어떠한 심정과 어려움으로 파업에 동참했는지 정당함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지도 않고서 말이다.

한 회사 속에서의 일들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구조나 심각한 문제에 대해 우리는 잘 모른다. 혹여 관심을 두었더라도 내 발등에 떨어진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 일상이다.

그들이 얼마나 힘든 노동시간을 견뎌내야 하는지 얼마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잘 몰랐다. 간혹 통화하거나 만나게 되면 늘 시간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는데 새벽에 나와 저녁 늦게까지 배달을 해야 하루 일을 마치는 그들의 고충을 이번 일로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내가 편안함을 누릴 때 누군가는 나를 대신해 수고를 담당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편안함을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타인의 고통은 잊어버리고 만다. 이 세상에 당연함은 없는 것이다. 늘 겸손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또 배운다. 그렇게 길어질 것 같던 파업이 협상이 되고 타결을 보았다고 했을 때 그리 반가울 수 없었다.

그동안 미뤄졌던 일이 진행되어 한시름 덜며 삶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산다는 것은 직선과 곡선이 적절하게 얽혀야 아름답다. 내게도 직선으로 막 달려보고 싶은 질주본능이 있다. 곡선으로 불던 천 년 전의 그 바람을 느끼며 구불구불한 시골길에서 신속배송을 기대하는 이 마음은 무엇인가! 한 줄기 시원한 저녁 바람에서 믿음과 신뢰를 생각하며 또한 그들의 가족들을 그리며 감사의 향기를 느낀다.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신속한 배송은 기적이다.

택배는 감사다. 반짝이는 별을 보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모든 이들에게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박종숙 (콩살림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