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56] 고비사막3 (오세영)

2021-07-04     경남일보


흐느낌 같다

비웃음 같다

무섭도록 침묵한 공간을

가냘프게 울리는

저 휘파람 소리,

가도 가도 지평선은 아득키만 한데

태양이 우는 것인가.

낮달이 웃는 것인가.

사구砂丘에 낙타를 멈추고 문득

뒤돌아본다.

지지초우 그늘 아래서 하얗게 삭는 백골,

속을 비운 정강이뼈 하나

바람에 실없이 울고 있다

적막한 우주에 던져진

피리 하나.

 


poem산책… 인간은 본래 온몸이 시였을 것이다. 밖으로 드러낸 나무뿌리가 백골이 되고 백골은 악기가 되는 일. 무섭도록 침묵한 공간을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내는 울음은 휘파람이 되는 일. 현상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분명 인간의 몸은 본래가 온통 시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곳이 아득한 사막이었으니 가능한 일이지 싶다. 어쩌면 인간이 맨 나중 머물러야 할 곳은 저토록 큰 허무의 아득함이어야 할지 않을까. 그것이 노래 아닌 울음이면 어떤가. 쓸데없는 미련의 대상이어선 안 된다는 것을 속을 비운 정강이뼈 하나가 알려준다. 멀리 태양과 바람과 가난한 낮달이 더불어 영원을 노래한다. 적막한 우주에 뿌리 드러낸 백골들 노래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