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불전함 들고 달아난 3인조, 알고보니 전국서 절도

2주간 31곳서 1800만원 훔쳐…인적 드문 중소규모 사찰 노려

2021-07-05     백지영
전국 사찰을 돌며 시주금이 든 불전함을 들고 달아나는 방식으로 보름 사이 30여 곳을 턴 3인조가 구속됐다.

진주경찰서는 지난달 22일 오전 2시 45분께 진주시 이현두곡길 한 사찰 대웅전에 침입해 불전함을 통째로 들고나와 현금 400만원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30대 A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2주간 경남 22곳, 경북 5곳, 경기 2곳, 강원 2곳 등 전국 31개 사찰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현금 1800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망을 보는 동안 B씨(30대)·C씨(20대)가 문이 잠겨있지 않은 사찰 내부로 들어가 불전함을 가지고 나오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모두 전과 10범 이상으로, 교도소 출소 후 도내 한 출소자 쉼터에서 함께 머물면서 서로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절도에서는 주로 가정집을 노렸으나,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자택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인적이 뜸하고 현금을 확보하기 용이한 사찰로 범행 대상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상주 스님이 적은 중소 규모 사찰·암자 등을 대상으로 심야 시간대 신도를 가장해 방문한 후 범행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피해자 신고로 수사에 착수해 같은달 30일 통영 한 관광지 주차장에서 A·B씨를 붙잡았다. C씨는 이달 1일 충남 서산에서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에 범행을 시인했으나, 절취금 대부분을 차량 렌트비와 생활비·유흥비 등으로 탕진해 1800만원 중 회수금은 50만원에 불과했다.

법원은 이들에 대한 구속 영장을 지난 2일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에만 사찰 30곳을 방문해 범행이 용이한 2곳을 터는 등 거의 하루 종일 절도를 이어왔다”며 “여죄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