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하동재첩, 작년 섬진강 대홍수에 쓸려갔나

올 4~7월 재첩잡이 ‘빈손’…예년 10% 수준 어민들, 환경분쟁조정위 피해 보상 신청키로

2021-07-08     최두열
지난해 8월 집중호우와 섬진강 일대를 집어삼킨 수마로 하동지역의 명물인 재첩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어민들이 관계 당국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8일 하동군에 따르면 섬진강 재첩잡이는 통상 4월∼7월 쯤 하동과 전남 광양 사이를 흐르는 섬진강 일대에서 재첩 채취에 나선 어민들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올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군 관계자는 “체감하기로는 예년보다 10% 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다”며 “지난해 8월에 발생한 집중호우 영향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첩 생산량 감소는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최근 3년간 4∼7월 재첩 생산현황(수협계통)을 보면 2019년에는 90t, 지난해는 77t이었다. 올해 같은 기간 재첩 생산량은 6t에 불과했다.

섬진강 모랫바닥에 서식하던 재첩이 집중호우와 상류 댐 방류로 인한 거센 물살 등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갔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집중호우로 떠밀려온 상류의 쓰레기들 일부가 강바닥에 쌓이고 썩으면서 재첩 폐사 피해까지 발생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섬진강 내 재첩 서식지를 복원하려고 지난해 말 재첩 이식사업까지 펼쳤지만, 상당수가 쓸려나가 축소된 재첩 서식지를 예년처럼 복구하기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첩 생산량 감소 여파는 재첩 채취에 종사하는 어민뿐만 아니라 재첩 가공공장과 인근 식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어민들은 환경부 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피해 보상을 신청하기로 했다. 군이 이들 어민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현재로는 없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최근 자체 실시한 용역 결과 등을 근거로 피해 보상을 요청할 계획이다. 해당 용역 결과 지난 4∼6월 재첩 등 어업피해 규모는 165건 27억원 상당으로 파악됐다.

하동군 관계자는 “군에서는 당장 어민들을 직접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어민 대표자 3인의 기명날인을 받아 피해 보상 신청과 관련한 절차를 행정적으로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두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