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레플리카

2021-07-14     한중기
복날이던 지난 일요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황금빛 색채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전을 관람했다. 비록 레플리카지만 화려한 색채와 시대를 반영한 독창적 화풍을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도슨트(docent)의 해설에 맞춰 입장해서 10여 명의 관람객과 함께 클림트의 작품세계에 잠시 빠져드는 기회를 가졌다.

▶레플리카(replica)란 그림이나 조각의 원작을 복제한 제품을 말한다. 복제의 목적이 원작의 보존 또는 학습·전시용이라는 점에서 짝퉁이나 위작과는 다르다. 박물관에서 고대 유물을 보존하면서 전시할 대체품 용도로 제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요즘은 예술작품 뿐 아니라 명품 가방이나 의류 레플리카도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 원작 대신 레플리카로나마 지역에서도 문화의 갈증을 달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전시 공간 활성화 지원 사업이란게 있어서다. 수도권에 집중된 전시프로그램을 지역으로 확산시켜 시각예술분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나름 의미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문화광광부가 지난 주 이건희 미술관을 서울에 두겠다고 결정함으로써 정부의 문화 분권과 균형발전은 말의 성찬으로 끝났다. 지역의 반발을 의식한 듯 국립 문화시설 확충 같은 뜬금없는 당근책을 풀어 다시 지역 간 이간질만 부추기고 있다. 진품은 서울에 두고 복제품, 좋게 말하면 레플리카 정도만 나눌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