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수업만큼 중요한 그것?

이종국 통영제석초등학교 교장

2021-07-14     경남일보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것은 교사의 길을 가는 사람들의 소망이자 사명으로 생각한다. 특히 처음 시작하는 교사라면 더더욱 그런 마음이 클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교육의 사명감을 펼치기도 쉽지 않고 교사의 권위도 점점 잃어가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책임을 ‘교사의 수업력’에 전가하기도 하지만 실제는 사회의 패러다임이 더 큰 책임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서 교육의 본질을 놓아서는 안 된다.

흔히 ‘교사의 전문성은 수업이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정책은 교사들이 수업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수업에 앞서 정말 중요한 것이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교사와 학생과의 원만한 관계이며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매일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초등교사는 더 그러하다. 학생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다면 수업을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학생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수업이 겉돌게 된다.

필립 잭슨은 ‘아동의 교실 생활’ 이라는 책에서 ‘교사는 하루에 천 번 이상의 인간관계를 맺는다’고 했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며, 학생들은 공식적인 수업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교육활동 속에서도 가치관, 생각, 태도의 많은 부분을 영향 받는다.

우리가 학교에서 수업만 강조하다 보면 ‘수업이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은 등굣길에 만난 학생과의 짧은 대화 속에서, 몇 마디 던지는 말속에서도 수시로 일어난다. 필자도 아침에 학교에 오는 학생들과 넛지처럼 몇 마디 나누다 보면 학생들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마음을 지지할 때, 관심을 보일 때 학생들의 표정이 달라지고 밝아지는 것을 보게 된다.

교사는 학생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 그러면 학생들도 다가오지 않는다. 학생들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정서적 유대감이 생겨야 수업이 활성화되며 교실이 살아난다.

학생들은 어릴수록 자기 안에 피어오르는 생명력이 있다. 그것을 교사가 알아보고 잘 북돋아 주는 것, 그것이 수업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중요한 ‘그것’이다.

이종국 통영제석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