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칼럼] NC의 추락과 김택진 구단주의 '결자해지'

이은수 창원총국 취재팀장

2021-07-19     이은수
2011년 2월 한국프로야구 아홉 번째 구단으로 창단한 NC 다이노스는 2013년부터 1군 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 정규시즌과 한국 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신생 팀 최단 기간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록을 세웠다.

창원시는 2010년 7월 1일 통합 이후 옛 창원, 마산, 진해 지역을 묶을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들고자 프로야구 창단을 추진했는데, 당시 롯데 자이언츠는 프로야구의 질적 저하 및 한국프로야구 시장규모가 넓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하기도 했다.

NC는 ‘야구문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강하고 젊은 구단’의 의미와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이노스(공룡)의 로고타입과 상징 컬러에 담았다. 서브컬러인 ‘골드’는 야구에 대한 새로운 가치 창조를 의미한다.

승승장구하던 공룡구단이 최근 ‘방역 일탈’로 큰 실망을 주며 추락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사회적 상황을 무시하고 원정 숙소에서 외부인 여성 2명과 밤새 술자리를 가진 것 자체가 충격이다. 박민우를 제외한 3명이 여성 2명과 함께 코로나19에 확진됐고, 팀 동료들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를 해야 했고, 리그가 중단되는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프로야구 중단 사태를 초래한 박석민과 이명기, 권희동, 박민우는 결국 시즌 아웃됐다. KBO는 방역 수칙을 어기고, 경기를 앞두고 늦은 시간까지 외부인과 숙소에서 술을 마셔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에게 72경기 출장 정지를 내렸다. NC 구단에도 리그 중단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리그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물어 제재금 1억원을 부과했다.

국가대표팀에도 악영향을 줘 도쿄올림픽 국대로 선발된 박민우는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박민우는 이번 올림픽 메달을 통해 FA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으며, 대표팀 전체에 민폐를 끼쳤다. 방역 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다른 선수를 향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NC 유튜브 채널 ‘우리 선수들은 원정 숙소에서 뭐 해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선수단이 독서, 잠자기 등 문제가 된 방역수칙 위반과는 관련없는 인터뷰가 담겼으며, 알테어, 파슨스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이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성범도 마찬가지다. 전국 방방곡곡을 이동하는 야구 선수들의 행동이 조심스럽지 못했다. 경기 전면 취소로 지역 상권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방역수칙 위반으로 프로야구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빚은 NC 구단과 선수단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NC 연고지인 창원에서는 지역팀의 일탈로 경기가 전면 중단되고 이미지가 추락한 데 대해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책임을 통감하기도 모자랄 판에 동선을 숨기는 등의 행위는 더 납득할 수 없고, 뒤늦은 대응에 급급했던 구단도 그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선수도 문제지만 관리 감독해야 하는 프런트와 감독, 코치 잘못이 크다. 이동욱 감독은 3년 재계약 결정 발표와 함께 “선수, 코치, 구단이 함께 가는 다이노스의 문화가 있다. 혼자가 아닌 우리가 가는 큰 길을 더 멀리 보며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같이=가치’가 무너졌다. ‘거침없이 리그 중단까지 됐다’는 질책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창단 10년을 맞는 경사스러운 해에 그동안 쌓은 구단 이미지와 우승팀의 자부심이 한순간에 추락했다. 구단 소속 선수들이 숙소에서 불필요한 사적 모임을 가지며 코로나19에 확진됐고, 그 여파로 KBO리그가 중단됐으며, 방역 당국에 혼란을 초래한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은 구단주에게 있다. 모기업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구단주가 사과 성명을 내고 머리를 숙였다. 창단때부터 구단의 프런트 요직을 꿰찼던 황순현 대표가 불명예 퇴진했다. 배석현 본부장 역시 직무에서 물러났고, 김종문 단장도 직무정지에 들어갔다.

하지만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NC는 한국 야구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김 구단주가 나서 책임 있는 행동을 져야 한다. 김 구단주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다해야 한다. 구단 운영 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원칙과 가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십년 공부 도로 아미타불’이 돼서야 되겠는가. 우승에 취해있는 사이 프로정신을 망각했고 무엇보다 초심을 잃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