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열돔현상

2021-07-21     한중기
오늘은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다. 중복(20일)에 이어 대서가 연이어 찾아오면서 폭염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일 년 중 무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린다는 삼복더위 한복판에 섰다. 기상청은 이번 주 낮 최고 기온을 38도로 전망하면서 ‘40도 육박’ 가능성도 덧붙였다. 2년 전 여름과 맞먹을 정도의 폭염으로북반구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열돔(Heat Dome)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지상에서 5∼10㎞ 상공의 고기압이 정체된 상태에서 돔 형태의 막을 형성해 뜨거운 공기를 가두어 놓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압력솥 같은 효과를 내는 기후현상”이라고 했다. 예년 보다 5~10도 이상 고온이 계속되는 ‘가마솥더위’ 라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고온 건조한 티베트고기압과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겹쳐지는 교집합 형태 속에 들어가면서 이제부터 본격적인 열돔 현상이 시작됐다. 열돔이 워낙 강력한 전선을 형성해서 웬만한 태풍이 와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당분간 꼼짝없이 열돔에 갇혀 가마솥더위와의 전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지구촌의 폭염사태는 기후변화로 인한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후 재앙의 예고편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다 폭염이 코로나19 델타변이의 확산과 겹쳐지면서 전 지구적인 참사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장마가 물러간 뒤 삼복더위를 피해 계곡이나 바다를 찾아가던 여유를 올해도 잠시 내려놔야 할지 걱정이다./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