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막말 폭탄

2021-07-29     경남일보
조국 전 법무장관의 가족 이름이 요며칠 또 한번 언론매체의 시공(時空)을 메꾸었다. 딸 조민씨가 2009년 5월 서울대 세미나에 참석했다는 주장이 SNS에 게시됐기 때문이다. 글쓴 이는 조민의 고교 동창 장모씨. 의학논문에 고교생 조민을 제1저자로 이름 올렸던 단국대 교수의 아들이다.

▶장씨는 지난해 정경심씨 재판 때는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 안했다고 했었다. 조국 일가에 절대 불리한 증언이었다. 그런데 지난 23일 다시 한 차례 더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그의 말은 한자리에서 엉켰다. 검사의 물음엔 조민을 보지 않았다고 하고 변호사 신문엔 세미나 영상 속 인물이 99%조민 맞다고 했다. 그리곤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 조민이 세미나에 참석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

▶글이 뜬 후 여당 인사들이 때를 놓칠세라 한마디씩 보태고 나섰다. 대선 예비후보들은 검찰의 위증 강요가 드러났다고 했다. 당시 검찰총장 윤석열 후보를 연계시키는 거다. 한 후보는 윤을 반인륜 가정파괴범이라 했다. 장씨 글을 진실로 삼고 뱉은 말이다. 살벌하다. 상대 진영에선 ‘막말 폭탄’이라 비판한다. 막말 폭탄은 정치판의 일상사가 되었다.

▶논어에 “말을 할 만한 계제에 가만 있으면 사람을 잃고, 할 만하지 않는데 말하면 말을 잃는다(失言)” 고 했다. 공자님의 이 말씀은, 의리상 해야 할 말은 반드시 하고 못 할 말은 삼가라는 뜻이다. 하긴, 해야 할 말인지 아닌지는 자기 판단이겠다. 근데 그 말 가치 평가는 듣는 이의 몫이다. 듣는 쪽 생각을 헤아리는 지혜가 리더십의 요체라는 공감 능력 아니겠는가.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