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30] 휴休 (오대환 시인)

2021-08-12     경남일보


사이좋은 구름을 보니

입술처럼 떠 있고

갯벌을 적시는 억겁의 강줄기

쉿 깨우지 말아요

의자도 좀 쉬게

-오대환 시인의 ‘휴休’

‘너와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라는 글귀와 바다를 배경으로 앉아 기념사진을 남겼을 사람들의 행복 지수는 얼마큼이었을까. 그들은 지금도 좋기만 한 날을 보내고 있을까. 정말로 모든 날이 좋기만 했을까. 그렇게 저 의자에 앉았다 간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언어는 우리의 본질을 가두고 실체나 사실을 은닉하기 일쑤다. 그런데도 우리는 언어로 사회를 만들어 간다. 사랑을 만든다. 충분히 사회화한 우리는 저 언어에 갇히지 않고 의미의 내외를 확장하여 해석하고 이해한다. 그때 보이는 자연, 새로운 의미를 은유할 수 있다.

입술이 된 구름과 억겁을 이어온 강물은 떠들지 말고 조용히 있어야만 한다. 행복하다고 무거운 사연을 품지 않은 이는 없다. 행복은 가볍고 행복 뒤의 사연은 무거운 법이다. 의자가 감당했을 무게는 측량할 수 없겠다. 좀 쉬게 해주는 수밖에.(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