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헬스장의 쌍둥이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 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2021-08-17     경남일보


내가 다니는 헬스장에 쌍둥이 젊은 청년이 둘 있다. 동생은 얼마전 서울 소재 은행에 취직했는데 벌써 결혼을 포기했다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 전세집 하나 구해서 결혼하려고 열심히 저축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연봉 6000만원으로는 방법이 없단다. 얼마 전 퇴직한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진주로 왔으나 아버지를 보는 순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그만 조용히 서울로 돌아 왔단다. 해마다 100만 명에 이르는 초등입학생이 준다고 한다. 앞으로 미래세대가 책임져야 할 짐은 암울하다.

‘多倖不幸(다행불행)’이란 말이 있다. 춘추좌씨전의 풀이에 ‘훌륭한 사람이 윗자리에 있으면 나라에 僥倖(요행)을 바라는 백성이 없고, 상을 주는 것이 어긋나지 않고, 형벌을 시행함에 넘치지 않는다’고 했다. 속담에 ‘백성에게 요행이 많은 것은 나라의 불행이다’라 한 것도 같은 뜻이다. 김장생은 가져서는 안 될 것을 얻은 자가 행민(倖民)이니, 일없이 빈둥거리며 노는 백성을 뜻한다고 풀이한 바 있다. 속사포처럼 부동산 정책을 내놓지만 투기자들은 오히려 코웃음친다.

치솟는 부동산에 도저히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이들은 코인에 영혼까지 투자해 매 분 단위로 모니터에 눈을 떼지 못해 뒷날 직장 근무도 어렵단다. 누가 이렇게 청춘들을 괴롭히다 못해 절망의 늪에 그들을 밀어 넣는가.

출산 장려를 위해 그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도 효과가 전혀 없다. 내 돈 아니니 치밀한 전략과 비전없이 구멍난 독에 물을 부으니 내가 낸 혈세가 줄줄 샌다.

위정자들의 고집을 넘어선 아집과 오기로 멀쩡한 원자력산업을 초토화시켜 수많은 실직자를 양산했다. 그리고 이 무더위에 전기 아껴쓰란다. 열심히 일한 자가 잘 살아야 그 나라는 건강한 나라다. 한탕으로 나만 잘먹고 잘살자! 정권이 바뀌어도 내 재산은 영원하다는 천박한 윤리의식으로 무장된 참모들을 곁에 두는 한 그 나라의 미래는 없다! 권력은 순간을 영원처럼 착각하게 한다. 일어서려면 무릎을 꿇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영화 ‘람보’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조국의 배신으로부터 죽음의 사선을 넘어 돌아온 그는 “우리가 모든 걸 바쳐 나라를 사랑한 만큼 나라도 우릴 존중해 주었으면 좋겠다 ”고 절규한다. 취문성뢰라~ 모기 한 마리가 울면 조용하지만 많이 모여 울면 우렛소리가 된다. 도대체 얼마만큼 울어야 그들을 달래줄 것인가? 그래도 우리는 믿는다. 대한국민의 저력과 청춘들의 힘을!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 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