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어떤 출근 (이상옥)

2021-08-22     경남일보
벌거벗은 짐승 한 마리

눈을 부스스 뜨고는

벌떡 일어나

면도를 하고

허겁지겁 우유 한 컵

빵 한 조각

양복을 입고

넥타이도 반듯하게

승용차를 타고

바흐를 들으며

자동차 전용도로

운전대를 단단히 잡고서는

어떻게든

송곳니가 드러나지 않아야

 


사냥은 늘 평온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대상이 전의를 알아채기 전에 은밀하게 그리나 단호하게 급습해야 성공률이 높다. 숨소리도 감추고 낮은 자세로 가만히 다가서서 쟁취까지의 상황은 치밀한 계산과 근면을 필수로 한 실력이다.

생존은 늘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듯 가쁜 숨을 요구하고 막다른 한계치에서 처절한 몸부림을 만나게 한다. 나에게 원하는 것들과 내가 원하는 것들이 또 같이 원해야 할 것들이 함께 헝클어져 사는 사회에서 자기감정의 노출은 좋은 기술이 아니다. 모름지기 눈빛마저 감추고 송곳니를 견딜 줄 아는 지혜를 시 한 편에서 배우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