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ESG경영과 농어촌 생존의 길 모색

손홍모 한국농어촌공사 경남본부 사업관리부장

2021-08-23     경남일보


누군가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방향성’이라고 대답하겠다.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진 사람은 당장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10년, 20년 뒤에는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은 개인이든 조직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방향성만 올바르다면, 누군가는 빠르게 누군가는 느리게 도착할지라도 결국 같은 장소에 도착 할 수 있다.

지난 3월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어촌愛 Green 가치 2030 ESG 경영’ 선포식을 했다. 위기에 처한 농어촌에 의미 있는 방향성을 잡기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ESG는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기업지배구조)의 약자로 기업이 얼마나 친환경적인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가, 지배구조에서 의사 결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은 어떠한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기업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며, 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경영활동을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과거 매출, 영업이익과 같은 재무적 수치만 중요시했다면, 이제는 ESG라는 비재무적인 수치도 평가하게 된 것이다. ESG는 요즘과 같은 기후변화, 환경오염, 식량위기 상황에서 인류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시대적 요구이다. ‘농어촌의 가치’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전염병 확산방지를 위한 세계적인 봉쇄조치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이에 핵심 산업이나 필수물자는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예를 들면 식량산업, 휴지·마스크 등의 제조업은 비록 단기적으로 수익이 없더라도 초장기적인 측면에서 미래세대를 위해 지켜야 할 기본산업이다. 또한 스마트 공장 등 디지털 전환과 확산에 따라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리쇼어링은 산업안보와 일자리 창출에 필수적이며, 당연히 도시 외곽 농어촌은 다양한 의미에서 지켜야 할 국가적 과제다. 통계청 인구조사 결과에서 우려되는 사실은 40대 이하 청년층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청년층의 인구가 대폭 감소될 것을 예측 할 수 있다. 현재 농촌의 시니어 세대를 끝으로 사실상 농어촌은 지속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지은행사업을 통한 2030세대 우선지원, 지방자치단체의 출산장려금, 정착지원금, 빈집 무상임대 등 농어촌에 인구(청년)를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의 급등하는 부동산가격은 단순 거주지 이상의 ‘서울사랑’은 사람들의 가치변화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인구유입을 위해 교육·문화·주거 전반에 차세대 청년층을 위한 복합적이고 규모 있는 예산지원과 접근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농어촌을 위한 제언으로 농림사업 전반에 청년층 의견 적극 반영, 청년층 정착지원을 위한 별도 예산코드 신설 및 거주지 개발, 고령화된 농어촌과 공존할 수 있는 청년일자리 창출. 미래세대 육성을 위한 농촌형 교육·문화·예술사업 발굴 등 다양한 청년층을 위한 다양한 사업 추진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SG경영은 표면적으로 착한 기업을 말하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이 가진 숨은 리스크를 찾아내고, 기업가치를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키는 것이다. 농어촌의 ESG경영은 선택이 아닌 사실상 생존의 영역이다.

손홍모 한국농어촌공사 경남본부 사업관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