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희생과 헌신 강요’ 더 이상은 안 된다

2021-08-24     정희성


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은 사람들이 지쳐가고 있다. 그 중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보건소 직원 대다수가 업무로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정부는 확진자가 많은 전국 17개 보건소 직원 1765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9일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불안·우울감 등 정신건강을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우울 점수가 10점 이상인 ‘우울 위험군’의 비율은 33.4%였다. 이는 앞선 조사에서 확인된 일반 국민(18.1%)과 공중보건의(15.1%) 등의 우울 위험군 비율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비율은 19.9%로, 일반 국민 조사 결과(12.4%)보다 7.5%포인트 높았다. 보건소 인력의 불안 위험군은 27.6%로, 일반 국민(12.2%)보다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보건소 직원 중 91.1%는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76.4%와 81.1%였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직원은 과거 134명에서 165명으로,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직원은 과거 105명에서 118명 등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업무에 유능감과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65.1%로, ‘느낀다’(34.9%)보다 배 가까이 높았다. 업무 스트레스 원인(총 3점)으로는 업무량 증가·과다(1.62점)가 가장 높았고 민원(1.57점)이 그 뒤를 이었다. 현재 필요한 서비스(총 5점)로는 휴가(4.03점), 인력 충원(4.02점), 수당 등 경제적 지원(3.95점) 등을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건강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건소 직원들에게 정신건강 회복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추가 수당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제까지 코로나19 방역 의료진에게 헌신과 희생만을 강요할 수 없다. 그들이 무너지면 대한민국도 겉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제 정부가 나서서 그들을 지켜줘야 한다.

정희성 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