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위드 코로나(with covid)

변옥윤 (논설위원)

2021-09-13     경남일보
피부가 까맣게 타들어가 죽음에 이른다해서 흑사병이라 했던 페스트는 중세 유럽을 무너뜨린 무서운 병이다. 알베르 까뮈는 이를 모티브로 ‘페스트’라는 장편소설을 썼다. 오늘날의 코로나19는 그 때의 흑사병과 비견될 만큼 지금 인류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큰 재앙이다. 까뮈가 소설속 인물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나타난 현상은 지금도 유효하다.

▶일련의 현상을 신의 뜻이라며 종교성을 강조했던 작품속 사제와 어떤 방법으로든 이 도시를 탈출하려 했던 기자, 헌신적 치료에 나선 의사, 페스트의 진행속도에 맞춰 취해진 각종 행정조치, 비상령, 국경 봉쇄, 모자라는 병실과 치료혈청, 공포와 불안속 시민들이 겪는 고립성과 내향성에 이어 찾아온 우울증 등이 그러하다.

▶까뮈의 메시지는 등장인물을 통해 갈등속에서도 비인간성에 대한 집단적 반항과 연대성을 강조하고 있다고들 한다.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의 수많은 현상과 사회적 갈등을 비춰보게 한다. 소설은 마침내 국경 봉쇄가 풀리고 일상을 되찾는 것으로 끝나지만 많은 여운을 남긴다.

▶일부 국가에선 부스터 샷에 들어간 반면 덴마크나 싱가포르 등은 위드 코로나를 도모하고 있다. 우리도 조심스럽게 그 방향을 꺼내 국민의 반응을 보고 있다. 백신접종이 50%를 넘어서 10월 70%를 바라보고 있지만 신규환자 발생은 여전히 최악의 수준이다. 아마도 추석 연휴가 고비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는 더 많은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