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불인(不仁) 사회와 불인 학교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2021-09-14     경남일보
‘불인(不仁)’은 ‘몸의 어느 부분이 마비되어 움직이기가 거북한 증세. 또는 피부 감각이 둔한 상태’를 말한다. 곧 불인하다는 것은 팔이나 다리 목 등 신체의 일부가 마비되어 잘 걷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 한의학에서는 사지와 수족, 하지와 기육(肌肉, 근육) 불인으로 나눈다. 그래서 환자 치료하는 의사를 인자(仁者)라 하고 의술을 높여 인술(仁術)이라 한다.

판사 출신의 초선 국회의원이 국회의장에게 GSGG(개×××)라 하는가하면 51세의 변호사는 101세인 원로 철학자에게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고 했다. 20대 만취녀가 아파트 단지에서 40대 후반 가장의 가족을 묻지마 폭행하고 자신을 성희롱했다고 강변하는 사회,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의 사고 징후를 파악한 경찰이 5차례나 집을 찾아 갔지만 영장이 없어서 돌아왔다는 우리의 현실이나 부모 대신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를 잔소리 한다고 살해한 손자들, 나아가 ‘대한민국 100년을 설계한다’는 20조원 규모의 뉴딜펀드 투자운용본부장에 투자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내정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는 불인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개념 없는 학부모의 갑질 민원이나 상급기관의 과도한 학사개입, 학습 의욕을 상실한 학생들의 서슴지 않는 교실에서의 일탈 등으로 교사의 고충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큰 혼란에 빠져있고 거기에다 2022년 5월부터 교원도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적용 대상이 되어 권리가 침해당할 상황이다. 더 나아가 상급기관에서는 학교장의 권한인 등교시간 같은 것까지도 강제하고, 몇몇 비리사학을 빌미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여 사립학교의 인사권까지 탈취했다. 교사와 학교가 설 곳이 없다.

인체가 불인(不仁) 상태면 의술을 통해 활인(活人)하면 되지만 불인의 사회는 누가 치료할 것이며 불인의 학교는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 그래서 지금의 현실과 현상이 심히 걱정되어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될 시점이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