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35] 그리움의 거리(권애숙 시인)

2021-09-16     경남일보
 


길이 끊기고

드디어 나는

너에게 닿는다

-권애숙 시인의 ‘그리움의 거리’



장소와 시간의 압축은 가상 아닌 현실이 되었다. 10년 후쯤엔 하이퍼튜브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단다. 신의 영역쯤으로 간주해 오던 일이 사람의 능력 안으로 들어온 것인데 우리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정작 잘 다루어야 하는 것에는 여전히 미숙하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다.

자주 오작동하는 기계처럼 그리움이라는 마음이 불쑥 솟구칠 때면 서울에서 부산 간다는 20분 그 시간만큼만 발동하다 사라지는 것이라면 좋겠다. 길이 끊긴 곳에서 너에게 닿는다는 것은 그리움의 종착지에 닿은 것이 아닌 저 망망대해에 난분분하다는 것이겠는데, 그게 어디 그리움이 해소되거나 사라졌다는 말이겠는가. 너에게 닿았으므로 그리움이 해소되었다는 말이겠는가.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