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경남에서의 지도자의 길, 지도자를 읽는 눈과 마음

송부용 (객원논설위원)

2021-09-22     경남일보
민족의 대명절인 한가위 긴 연휴가 감염증 확산세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 속에 끝나고 다시 일상이다. 하나 고향길이건 주거지에서건 눈살을 찌푸리게 한, 가을들녘 풍년을 지키는 허수아비처럼 나부끼던 길거리 정치지망생들의 읍소 현수막들은 향수와 기림, 안정과 평온을 저버리고 해치기에 충분했다. 하나같이 특권을 찾아, 권력을 챙겨보겠다고 추석부터 이름 알리기에 나선 자들은 아닌지 그들 스스로 반성해야 하겠지만, 독자이자 유권자인 국민들은 그런 부류들을 눈엣가시처럼 냉철한 매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음을 또한 명심해야 한다.

내년에는 3월 9일 대선에 이어 6월 1일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대선은 여야가 오는 11월경으로 확정할 최종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주자들이 파악되지만, 교육감을 비롯한 도시자, 시장과 군수, 광역 및 기초의원을 뽑는 지방선거는 오리무중이고 보면 미리 이름 알리기에 나설 수는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자질과 덕목을 갖춤이 먼저다. 수도권에서 먼 경남처럼 지난 약 10여 년 이상 날로 피폐해져 발전도 미래에 대한 기대도 힘든 지방에서 살림살이를 맡아보겠노라고 사회, 정치권에서나 선출직에서의 고만고만한 경험과 지연, 학연, 혈연으로 얽힌 관계와 연을 바탕으로 도전하겠다면 미리 현수막을 거둬야 한다. 지난 몇 해간 ‘아닌 걸 긴 거’라는 억장에, 팍팍하다 못해 한 치 앞도 나아질 수 없는 도민 삶까지 다시 늘어지게 놔둘 순 없다.

경남은 짧은 기간이지만 도지사가 유고 된 지역이라 그런 이들의 터줏대감 행세 기운이 더 거세게 일고 있다. 지금은 2차 대전이나 6.25, 드골이나 처칠 시대처럼 전시상황도 아니고, 자유당과 이후 권력을 빌미로 전횡을 일삼던 시대는 더더욱 아니다. 또한 단순한 몇몇 핵심기술에 외교와 시장에 기대는 산업화 시기도 아니며, 국방과 통일, 외교와 자원, 산업과 수출, 복지와 환경을 중시해야 하는 국가지도자를 뽑는 상황과는 판이하다. 경남도와 각 시군이 필요로 하는 사람은 우선 첨단AI기술, 산업, 시장과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및 복지, 환경, 관광 등의 분야에서 세계의 흐름과 충분한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 제대로 된 인재를 찾고 빌려 고른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빠른 결정 속에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도전력이 요구된다. 당연히 청년과 미래세대를 우선시하는 전략과 전술을 갖추어야 하고, 차세대 인재양성과 확충을 위한 특단의 대책과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물론 겸손과 친화, 예절과 법도를 갖추어야 하며 도민과 국민을 위한 매 사업과 시책, 예산과 인사에 있어 어마어마한 특권 대신 희생과 책임감, 정직과 공정을 최고의 덕목으로 배양되어 갖추지 않았다면 아예 나서지 말아야 한다.

지방의 지도자는 스스로 돈 버는 대신 국민 세금으로 거둔 세수를 자기 돈 마냥 흥청망청 쓰는 요령만을 배우고 익힌 전문 꾼들은 철저하게 배제되었으면 한다. 자질이 미흡한 채 정당이나 대선 줄타기에 성공한 이른바 주인 잘 만난 이들, 전시적이거나 즉흥적인 것에, 특히 도민의 복리증진은 안중에도 없이 본인의 다음번 정치기반 확충을 위한 국민 돈 쓰기와 알량한 정책실험을 일삼는 부류들은 제발 발길을 돌렸으면 한다.

탄탄한 전문성을 미리 갖추고 16년간 독일의 통합과 안정과 발전을 이끈 메르켈 총리를 경남에서 기대하기엔 힘들겠지만 그의 정신과 지도력을 익히 알고 있는 도민들이 있기에 차제에 깃발 올리려는 자들은 겸허와 두려움으로 판단해야 한다. “눈밭 속을 가더라도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 발자국이 뒷사람의 길이 될지니!” 서산대사의 선시(禪詩)이자 백범선생님의 좌우명을 꼭 새기길 바란다.
 
송부용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