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이그노벨상

정재모 (논설위원)

2021-09-23     경남일보
이그노벨상(Ig Nobel Prise)은 미 하바드대 유머과학잡지 AIR사가 1991년 제정했다. 기발한 연구나 업적에 대해 선정하는데 노벨상을 풍자한 상이다. 여기서 이그노벨은 ‘고상한’을 뜻하는 노블(noble)의 반대말 이그노블(ignoble:품위 없는)을 연상시킨다. 매년 진짜 노벨상에 앞서 발표하고 시상한다.

▶해마다 시상식장 행사 포스터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그림이 있다. 상금도 없고 수상자 자비로 시상식에 참석해야 하는 등 좀 장난스런 상이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깨는 발상의 전환이란 의미가 내포돼 있다. 우리나라에도 수상자가 있다. 권혁호씨는 1999년 향기나는 양복을 발명한 공로로 환경보호상을 받았다.

▶문선명 통일교주도 360만 쌍의 합동결혼식을 주선한 공로로 경제학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이른바 휴거 소동으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준 다미선교회 이장림 목사가 종말 예언과 관련하여 수학상을 공동수상했다. 수학적 추정을 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걸 세상에 일깨워준 공로라고 한다.

▶코뿔소를 거꾸로 매다는 연구로 미 코넬대 교수 팀이 올해 이그노벨 교통부문상에 선정됐다. 밀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코뿔소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방법 연구 공로란다. 크레인에 거꾸로 매달아 이동시킬 때 심장에 무리가 덜 간다는 걸 밝혀냈다는 것. 이그노벨상은 장난스럽지만 이름처럼 품위 없는 웃기는 상이 아니다. 세상에 도움될 만한 일에 주는 거다. 그러고 보니 또 노벨상의 계절이 왔나 보다.
 
정재모 논설위원